장애인 자녀 돌보며 수당받는 부모, 허용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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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09:00 조회844회 댓글0건본문
경북 포항시에 사는 최윤희(55ㆍ가명)씨는 뇌병변 1급, 발달장애 2급 아들(24)을 둔 엄마로 6년 전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인(활동지원사)으로 일한다. 최씨는 “아들 병원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아들 뒷바라지를 하며 장애인 활동지원에 전문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는 하루 6시간씩 주 5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김영혜(가명)씨의 발달 장애인 아들(16)을 활동지원사로서 돌본다. 정부에서 받는 수당은 월 70만~80만원 가량. 최씨가 김씨의 아들을 돌보는 동안, 마찬가지로 활동지원사인 김씨는 최씨의 아들을 챙기고 활동지원 수당을 탄다.
최씨와 김씨가 서로의 아들을 교차로 보살피는 건 각자 자신의 아들을 돌보는 경우 정부로부터 아무런 수당을 받을 수 없어서다.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활동지원사가 자신의 직계 가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당을 받는 일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가족의 활동 지원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운 외딴 섬 등지에 사는 가족에게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며 수당도 절반만 준다. 충실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은 채 부정 수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자녀의 장애를 가장 잘 이해하는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보고 활동지원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 허용 여부를 두고 다시 논란이 뜨겁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장애계에 따르면 최씨처럼 가족 활동지원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요구를 반영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복지부 역시 중증장애인에 한해 가족의 활동지원을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장애계 내에서조차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와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제도로 비용은 예산과 본인부담금(최대 15%)으로 충당한다.
가족의 활동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활동지원사의 80% 이상이 여성이어서, 남성이거나 중증 장애 등의 조건을 가진 장애인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이길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총장은 “중증 뇌병변이거나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 폭력 성향이 있는 장애인 등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운데 이런 가정에 한해 가족의 장애인 활동지원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의 활동지원 전면 허용은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며 ‘불효’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김혜진(32ㆍ뇌병변 1급) 활동가는 “가족이 활동보조를 하면 부모자식 간에 돈이 오가는 셈”이라고 지적했고,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형편이 어려운 가족일수록 활동지원사를 쓰는 대신 직접 수당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중이 97㎏나 되는 지적ㆍ자폐성장애 1급 아들(20)을 둔 서울 성동구의 윤수영(51ㆍ가명)씨는 지난 5년간 활동지원사 4명이 감당이 안 된다며 줄줄이 일을 그만둬 현재 홀로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부모에게 24시간 장애인 자녀를 돌보라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불행한 가혹한 요구”라고 했다. 그는 특히 “장애인들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도 차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활동지원사의 처우를 개선해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무작정 지원을 늘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계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한국일보,201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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