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더 힘든 사람들①]종일 폐지 주워봐야 고작 몇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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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13 14:25 조회717회 댓글0건본문
13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의 평균 폐지 가격은 ㎏당 136원 정도다. 전달과 비교하면 한 달 새 7원 가까이 내린 셈이다. 폐지 가격은 지난해 10월 148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난해 초 폐지가격이 조금 오르면서 폐지 수집에 나서는 노인들이 증가한데다, 자원 재활용 업체에서 수수료를 올리면서 폐지 수집 노인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못했다.
특히 폐지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인들의 설 연휴는 지난해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수입은 오히려 낮아졌는데 기록적인 한파 탓에 난방비는 예년의 2~3배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추워진 날씨 탓에 폐지 수집을 나가지 못하는 날도 늘어나면서 명절 연휴는 남의 얘기가 된 지 오래다.
폐지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동구의 손모(80ㆍ여) 씨 역시 최근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손 씨는 “손자들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주려면 폐지를 더 모아야 하는데,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고 했다. 손 씨처럼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 인구는 전국적으로 180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손 씨는 요즘 온종일 폐지 수집에 나서도 1만원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겨울 한파는 생계가 어려워진 도시 노년층들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의 한랭 질환자를 집계한 질병관리본부의 한랭질환 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한랭질환으로 응급실 등을 찾은 환자는 총 5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 중 대다수가 노년층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중 실내에서 지내다 한랭질환에 걸려 119를 찾은 인원이 전체 중 12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 안에서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려 119를 찾은 경우는 전체의 15%에 달하는 8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논이나 밭 또는 산에서 일하는 도중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사람(5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소방 관계자는 “집 안에서 난방을 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실내에 있으면서도 저체온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올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이어지면서 환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노인들은 이번 설 연휴에 자식들을 부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광진구에서 폐지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성모(66ㆍ여) 씨는 “자식들도 자기 생계를 꾸려나가기 벅차다는 것을 아는데, 안부전화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폐지 수입에 나서는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의 폐지 노인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가장 최근 설문인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일을 하는 노년층 가운데 4.4%는 폐ㆍ휴지를 줍는 일을 한다고 답한 바 있다.(헤럴드경제, 2018.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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