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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고 법 몰라" 한해 3만명 구치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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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1-24 08:17 조회1,2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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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경미(53ㆍ여)씨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에 연행돼 10일 동안 구치소에 구금됐다. 죄명은 ‘재산명시(보유재산 공개)명령 불이행’. 김씨는 그제야 4개월 전 법원에서 받은 우편물 한 통이 떠올랐다. 원리금 300만원을 갚지 않은 김씨를 상대로 대부업체가 법원에 낸 재산명시 신청이 받아들여졌으니 재판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구금(감치)될 수 있단 경고문이었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보유재산이 없는데다 우편물에 적힌 법률 용어도 생소해 그냥 지나쳤다. 그는 “빚을 못 갚아 구치소 생활을 했다는 수치심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고 설마 옥살이까지 하겠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실제 이씨처럼 제때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끌려가는 이들은 매년 3만 명에 육박한다. 법원이 재산공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채무자를 직권 구속하는 감치 제도를 통해서다. 2002년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로 16년차를 맞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일어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이씨와 같은 경제적 약자가 주로 감치의 희생양이 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3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에서 감치 결정을 받아 구치소에 구금된 건수는 2011년 1만8,013건에서 2016년 2만7,261건이다. 5년 사이에 51%나 급증한 것이다.

돈을 못 갚아 구금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채권자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감치 제도를 쉽게 꺼내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사의 경우 연체가 된다 싶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뒤 곧바로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한다. 지급명령을 받은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채무자 스스로 재판장에 나와 본인의 재산목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법원 명령을 받은 채무자가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20일 이내 감치에 처할 수 있으며, 감치 결정 비율도 매우 높다. 소송 한 번으로 손쉽게 채무자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금융사뿐 아니라 금융공기업도 재산명시 신청을 남발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센터장은 “금융사는 채무자의 재산내역 등을 알아볼 능력이 충분해 실제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소액의 채권 회수를 위해 쉽게 재산명시 신청을 한다”며 “현장에선 금융사들이 돈을 못 받으니 벌이라도 주자는 취지로 이 제도를 활용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치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채권자의 재산권을 앞세워 채무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 인권 침해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감치 제도의 입법과제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이발래 국가인권위원회 팀장은 “감치를 통한 신체구속 이전에 법원이 직접 채무자의 금융정보를 조회해 집행대상 재산을 찾아내는 편이 신체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보다 기본권을 덜 침해한다”며 “현행법 상 감치는 활성화해야 할 만큼 충분히 검증된 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감치 제도가 이씨처럼 경제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감치 후 빚을 갚지 못해도 당장 어떤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갚을 돈이 있으면서도 ‘몸으로 때운다’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상당수는 구금 과정에서 직장을 잃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경제적 약자는 학력이 낮은 데다 생활고로 여유가 없다보니 법원의 안내문을 그냥 지나쳤다가 구금되는 경우가 적잖다.

 토론회에 참석한 법무부 김현우 검사는 “감치 실행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감치 규정이 담긴 민사집행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감치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가 마련된 점을 들어 합헌 결정한 바 있다.(한국일보, 20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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