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베트남 친정부모 일손까지 빌리는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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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08:58 조회1,305회 댓글0건본문
전북 무주군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강모(66)씨는 이달 베트남 출신 근로자 10명을 고용했다. 9년 전 인근 농가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 A씨의 친정 부모님과 사촌들이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지급하는 일당은 1인당 8만원으로, 내국인 일당(9만~10만원)보다 적다. 농번기마다 일손 구하기에 애를 먹었던 강씨는 비용 부담도 적고 A씨를 통해 의사소통도 원활히 할 수 있는 베트남 일꾼들에게 무척 만족하고 있다. 그는 “이웃 사돈댁이 우리 농가엔 해외에서 온 ‘동아줄’”이라며 “멀리 떨어져 살던 친정 식구들도 딸과 함께 지낼 수 있고, 귀국할 땐 제법 큰 돈을 장만해 갈 수 있어 상부상조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인구 감소, 고령화 심화로 만성적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농촌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 주관으로 국내 결혼이민자 가족이나 외국 자매결연 도시로부터 온 외국인 인력을 농번기에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인데 외국인 신원보증이나 관리ㆍ감독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존 고용허가제와 제도적으로 겹치고 인력 공급 규모를 통제하는 장치가 부실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정부가 제도 보완을 고심하고 있다.
14일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배정된 올해 상반기 농촌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는 2,277명으로, 지난해 1,175명의 두 배 수준이다. 이들 근로자를 배정 받는 지자체 수도 지난해 20곳에서 올해 31곳으로 늘었다. 계절근로자들은 과수, 원예 등 허용된 업종에 투입되며, 지자체별로 필요한 시기(파종기, 수확기 등)에 입국해 3개월 간 체류하며 일한다. 법무부는 다음달 1일부터 인력을 희망하는 지자체 수요를 조사해 오는 6월 하반기 추가 인원을 배정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 도입돼 2년 간 시범사업을 거친 뒤 지난해부터 정식 시행됐다. 농촌 고령화, 내국인 인력의 농업 기피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시행 초기에는 시범사업이 실시된 충북 지역 위주로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다가, 올 상반기에는 강원, 경기, 경북, 전남, 제주, 충남, 충북 등 31개 지자체가 인력을 배정 받을 만큼 보편화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농가가 많은 호남 지역에 제도가 확산된다면 계절근로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도 결혼 이민자들이 가족 신원을 보증하는 데다가 지자체가 근로자를 직접 관리ㆍ감독하고 있어 제도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입 인력 규모를 제한하지 않는 당국의 제도 운영 방식을 두고 불법 이탈, 노동 착취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외국인에게 최장 3년 체류를 허용하는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이미 농축산업에 외국인 인력을 배정(2018년 기준 6,600명 이상)하고 있다며 제도 중복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가 범부처 차원에서 매년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개최해 산업별 외국 인력 허용 규모를 제한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자체가 농가 수요만을 근거로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비판적 입장이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계절근로자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근로환경 악화 문제를 방치한 채 인력 유입만 늘린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농가의 인력 수급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 농식품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는 계절근로자 제도 실태 분석과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시 근로자를 공급하는 고용허가제와 농번기 단기 근로자를 들여오는 계절근로자제도가 양립하려면 주무부처 일원화, 체계적 인력수급 조사 등 양쪽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한국일보,201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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