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54% "좋은 선생님? 1년 무탈하게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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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5-15 08:48 조회876회 댓글0건본문
"교사가 되면 아이들과 소통하며 수업 연구에 매진하는 참교육자로 살아갈 줄 알았어요. 하지만 수업 연구보다 업무 계획서와 보고서에 시달리는 '행정가'인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앞날이 아득해요."(5년 차 초등 교사)
15일 스승의날을 앞두고 교육 기업 '시공미디어'가 4월 24일~5월 7일 전국 초·중·고 교사 392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9.3%(3503명)가 "과거에 비해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고 답했다.
'어떤 점이 가장 변했느냐'는 질문에 54.2%가 '학생보다는 무탈한 1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는 '학생이 잘못해도 혼내거나 벌을 주지 않게 됐다'(28.1%), '학생이 문제를 일으켜도 학부모와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6.8%) 등이 뒤를 이었다.
'교사가 되기 전 이상(理想)과 교사가 된 후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대한 경험을 써달라'는 항목에 교사 수천 명이 좌절감을 구구절절 털어놓았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교사가 됐지만, 갈수록 지나친 학부모 요구나 행정 업무에 치여 초심을 잃게 된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교사는 "10년 전만 해도 혼을 내면 학부모도 '가정에서 바르게 교육하겠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내 애를 왜 혼내느냐'라고 하고, 아이가 분노 조절을 못 해 폭력적으로 행동하면 '누가 내 아이를 화나게 했죠?'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누가 사명감 갖고 아이들 인성 지도를 하겠나. 그저 무탈하게 1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한 20대 여교사는 "얼마 전 알림장에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주 조는 편이니 가정에서 지도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가, 아이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 '나이도 어린 게 아이도 안 키워봤으면서 훈계질이냐'며 폭언을 퍼부었다"며 "내가 운이 나빴나 싶었는데,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선배 교사들 말에 착잡해졌다"고 했다.
다른 교사는 "교사가 되기 전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만 고민했지만, 막상 현장에 나오니 학부모들의 지나친 요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른 아침, 늦은 저녁, 주말, 심지어 수업 중에도 막무가내로 울리는 문의 전화도 많다"고 했다. 교육자보다는 '서비스직' '시터' '보육교사'로 여겨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 대부분(98.3%)은 "교권 침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교권 침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40.4%), '가정교육 부족'(31.7%), '엄격한 규율 미비'(20.5%) 등을 꼽았다. 한 신참 교사는 "학부모의 민원이 두려워 몸을 사리고 기계처럼 가르치기만 하며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볼 때면 '과연 적성에 맞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78.6%가 '그렇다'고 답했고, 21.4%만 '아니다'고 했다. 자부심과 사명감이 없다고 답한 교사들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49.5%) 등을 이유로 꼽았다.(조선일보,201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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