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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말 안한, 국공립유치원 확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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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07 10:05 조회8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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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이 기싸움에서 밀렸다.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던 집단휴업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10월30일 비공개 토론회에서 안하는 쪽으로 결정 났다. 대신 같은 날 정부는 거듭 강조해왔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밀어붙이겠단 의지를 밝혔다.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 속에 정부가 일단 우세를 점한 모양새다.  

이제 사립유치원의 설 자리는 줄어들게 될까. 한유총 토론회에 참가했던 익명의 관계자 A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토론회는 솔직히 말해 성토장이었다. 정부가 지금처럼 강경하게 나오면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울분이 쏟아졌다. 하지만 실제론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정부도 사립유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립유치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근거가 뭘까. “주판알을 튕겨보면 답은 간단하다. 정부의 모든 행위에는 세금이 들어간다는 걸 알아야 한다.” 10월31일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2021년까지 유치원을 신·증설해 국공립 취원율 4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재정은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10월25일 국회에서 “최근 3년간 유치원 신설에 들어간 재정은 연 2000억원 정도”라며 “내년에 필요한 비용은 지방재정교부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인건비다. 

 

국공립유치원 교원은 임용고시를 통과한 교육공무원이다. 62세 정년이 보장된다. 이들은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월급을 받는다. 여기에 따르면, 전문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교사의 초봉은 약 186만원이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급마다 담임교사를 한 명씩 뽑게 돼 있다. 교육부는 당장 2019년 2학기까지 1000개 학급을 새로 짓거나 늘리기로 했다. 즉 1000명의 담임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숫자만 놓고 계산해보면 내년 말부터 담임교사 인건비로 매달 최소 186억원이 들어간다. 1년이면 2232억원이다. 이 돈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시간이 갈수록 교사의 호봉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교사 인건비만 최소 2000여억 지출

 

뿐만 아니다. 유치원은 원감과 비담임 교사(보직교사)를 뽑아야 한다. 단설 유치원의 경우 원장도 따로 둬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국공립유치원 학급당 평균 교원 수는 1.33명이다. 1000개 학급이면 1330명이 필요한 셈이다. 

 

이 외에 사무직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인력은 더 많을 수 있다. 당연히 인건비도 그만큼 더 든다. 또 ‘국공립 40%’를 지키려면 학급을 더 늘려야 한다. 교육부는 총 2600개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10월31일 “국가에 돈이 넘쳐나지 않는 이상 국공립유치원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설립비에 인건비, 부채에 따른 자본비용까지 고려하면 결국 누군가는 그 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올 8월 학회논문을 통해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로 올릴 때 매년 국가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6조 3000억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월31일 “지금 정확한 인건비를 산출하긴 힘들지만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 함께 (인건비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천세영 교수는 “공립유치원 운영에 드는 돈이 사립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하는데, 기재부에서 쉽게 허락해 주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초기 설립비용을 아끼기 위해 단설 유치원만 고집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대안으로는 병설이나 공영형 유치원, 매입·장기임대형 유치원 등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교원 인건비는 유치원의 형태에 상관없이 들어가는 고정비용이다. 

 

게다가 인건비는 취원 아동수와도 무관하다. 아이들이 없어도 교사 월급은 줘야 한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지난해 1.05명으로 계속 하락했다. 부산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지금도 눈에 띄게 아이들 정원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국공립유치원의 유휴인력이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공립유치원의 한 원장은 “아이들의 체격과 교육의 질을 고려하면 학급당 원아 수가 줄어드는 게 옳다”면서 “교원 수가 늘어나도 효율적인 운영은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구통계 추이를 감안해 교사 고용률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해법은 아니다”란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예산 문제도 있거니와 사립유치원 비리 대책으로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선 아예 “사립유치원에 대한 누리과정 지원금을 끊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이는 곧 누리과정이 시작된 2012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누리과정 중단’은 학부모 부담 늘려

 

그런데 이제 와서 누리과정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2011년 기준 서울시 사립유치원 평균 학비는 월 40만~50만원 수준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가정은 월 100만원 가까운 돈이 교육비로 나가게 된다. 2013년 4인 가구 월 가처분소득(73만 5000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 국공립유치원만 누리과정 혜택을 받을 경우, 당장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이미 지금도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대전에선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이 공립의 최대 26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10월30일 “사립유치원의 원비 자율 결정권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에서다. 그는 다만 “무상 유아교육은 국공립과 사립 불문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립유치원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일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거성 전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은 “국공립 40% 달성하면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저절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라며 “국공립의 세 배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인적․물적 토대를 포기할 순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호 전 교수는 “국공립 확대정책 대신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늘려 완전무상 교육정책으로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 (출처;시사저널, 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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